2022년 설날 당일 우리말 Wordle을 공개하고 한 달이 조금 더 지났다. 설 전날 차를 타고 이동하며 반려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Wordle이 언급된 것이 시작이었다. 오리지널 Wordle은 판데믹 기간에 심심해하던 아내를 위해 만들었고 뉴욕타임스에 인수되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우리말 버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어 Wordle의 다른 버전들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모를 풀어쓰는 방식이었고 반려인도 조합된 단어를 맞추는 것이 재밌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집에 도착하면 만들어보기로 하고 차에서 반려인과 게임 로직에 대해 의논했다. 영어 알파벳과 다르게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구성되는 우리말 단어를 입력했을 때 맞는 자모를 어떻게 표시해줄 것인지가 어려운 문제였다. 그 점이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 너무 어려울 것 같아 을 힌트로 주자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반려인은 그렇게 하면 너무 쉽고 본질이 훼손된다는 의견을 주었다. 여러 가지 방안을 따져봤지만 결론은 초성 힌트 없이 가는 것으로 했다. 화면에 보이는 한글 키보드를 구현해서 자판의 색으로 힌트를 주면 여섯 번의 시도 내에 풀 수 있다고 가정했다.

집에 도착해서 검색해보니 react와 github pages로 구현한 버전이 있어서 이것을 fork해서 구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덕분에 몇 시간 만에 작업을 완료할 수 있었다. react로 뭔가 해보는 것이 처음이라 재미있었고 특히 한글 키보드를 구현하는 것이 즐거웠다. 겹모음 입력을 구현하고 정답과 비교해서 화면에 표시해주는 부분에서 가장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이 게임을 즐기는 분들이 버그를 제보해주셔서 실시간으로 수정하는 경험도 좋았다.

문제에 사용하는 어휘는 국립국어원 우리말 샘 웹사이트에서 3음절 명사로 검색해 많이 찾은 순으로 정렬해 엑셀로 다운로드 받았다. 그렇게 다운로드 받은 16만 단어를 python jamo 패키지로 분해해 겹치는 자모가 없는 단어 16262개를 뽑았다. 게임상에서 사용자가 답을 입력했을 때 검사하는 기능도 Hanhul.js 패키지를 이용해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엄연히 오리지널 게임이 있기 때문에 원작과 오픈소스 링크를 걸고 개인적 이득을 얻기 위한 내용을 추가하지 않았다. github pages를 이용해 배포했기 때문에 따로 호스팅 비용이 들지 않아 부담 없이 공개할 수 있었다. 우리말 Wordle을 공개하기 전에 이미 인기를 얻은 한국어 Wordle이 많았기 때문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지금도 꾸준히 즐기고 계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기간별 사용자 숫자

몇 년 전과 비교해보면 혼자 작업해 출시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생각하는 패키지도 이미 다 있고 github pages나 firebase도 개인이 무료로 쓰기에 충분한 용량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개인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사람들 반응을 받아보면 내 삶 전체에 좋은 영향을 주는 고양감을 느낄 수 있다. 계속 배우고 만들고 공유하며 살고 싶다.

관련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