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가 끝나고 사람의 마음이란 게 어쩌면 단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몇 주 전 사내 키보드 오타 예측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700개 이상의 모델을 훈련시켰고 단순한 XGBoost 모델, Keras에서 여러 input layer을 받아 하나의 output을 출력하는 모델, 편집 횟수를 참조하는 Spell Checker(키보드 입력이니 보통의 단어와는 다르다) 등을 만들어봤다. 대회 기간 중 2위를 며칠간 유지하고 1위도 잠깐이나마 해봤던 게 마음에 나태의 씨앗을 심었다.
어쩌다 1등을 해본 다음엔 마음이 풀어져서 퇴근 후에 코딩 대신 요즘 다시 재밌어진 스트리트파이터5에 몰두했다. 일주일 정도 그러고 나니 이미 순위권에서 멀어졌고 그걸 만회해보고자 학습 코드를 XGBoost에서 Keras로 재작성했다. XGBoost 모델을 더 크게 만들기엔 하드웨어 문제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바꾸지 않는 게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Keras로 만든 모델을 제대로 테스트해보기도 전에 맞춤법 검사기 형태로 모델을 구현해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코드를 또 재작성했다. 용량도 적고 검색 속도도 빠르고 결과 점수도 괜찮게 나와서 다시 마음이 풀어졌다. (그 와중에 스파5 플래티넘 찍음ㅋㅋ)
대회 종료를 며칠 앞두고 부랴부랴 리더보드에 제출하려는데 알 수 없는 에러가 나서 올라가질 않았다. 그때부터 아쉬움과 좌절감이 밀려왔다. 여기서 입상 못한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쓸데없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입상하지 못하면 내가 들인 시간과 만들고 배운 것들이 다 물거품이 된다는 생각, 상금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 떠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입상하지 못해도 대회 참여로 배운 건 어디 안 가는 것이고, 상금은 정말 열심히 한 참가자들이 받는 게 마땅하다. 누가 알아준다면 고마운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속상해할 일도 아니다. 아쉬운 마음은 이 글로 완전히 털고 멈춰놨던 개인 프로젝트로 돌아가야겠다.
▼ 운 좋게 1등 해 놓고 기분 좋다고 찍어놓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