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할 필요는 없지만 직업인을 넘어 스스로 생각한 수준의 자유인이 되려면 사이드 프로젝트가 적절한 수단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내 분신을 만드는 작업이며 나 대신 24시간 일하는 기계 일꾼을 점점 싼 값에 고용할 수 있는, 나에게 아주 유리한 거래다.

현재 내가 사용 중인 Azure 서버에는 이런 잡다한 사이드 프로젝트들이 돌고있다.

  1. 9만 원 정도의 서버 비용을 충당할 만큼 수익이 나는 프로젝트
  2. 관심 있는 데이터를 수집해 Algolia로 보내서 검색 가능하게 만드는 프로그램
  3. Firebase 프로젝트의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프로그램
  4. 한국/미국/글로벌 주가를 추적 후 매수하기 좋은 시점에 Line 메신저로 보내는 프로그램
  5. 암호화폐 시장분석 후 자동 거래하는 프로그램
  6. 위 프로그램들의 로그와 소스코드를 백업하는 프로그램

스스로 비용을 벌어 자동으로 할 일을 하는 서버를 볼 때마다 하나의 작은 생태계 같아서 뿌듯하다. 10년 넘게 여가 시간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어느 정도 규칙적인 방법이 생긴 것 같아 정리해본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에 시간이 없고 스스로 게으른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소수의 특별한 사람에 속하는지 잘 생각해보자. 특별한 사람은 없는 시간을 만들고 스스로 부지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으른 것이 보통 상태이니 마음을 편하게 먹어도 된다. 나는 오히려 게으르고 (놀)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야 된다고 믿는다. 지금 아니면 즐길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제철 음식, 독점 대작 게임, 최신 드라마와 같은 것들은 만족을 지연시켜가며 자신이 원하는 사회적 성공 기준에 도달한 다음 즐기려고 봤을 때 지금보다 썩어있을 것이다. 노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다수의 사람들이야말로 내가 할 일을 시스템에 위임하고 즐거운 삶을 살아야 한다.

핵심은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하는 것이다. 어떤 게임이 걸리는 시간에 상관없이 목적지까지만 이동했을 때 보상을 준다면 몇 번이고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 도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 압박감 없이 숨 쉬듯 수행하는 것이다. 심지어 하면 할수록 내 손을 떠나 알아서 동작한다면 여러 개의 퀘스트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고 수행하는 퀘스트의 개수만큼 내 시간은 점점 늘어나는 셈이다. 부담은 없지만 기분 좋은 보상이 기다리는 퀘스트를 여러 개 만들어야 한다. 반드시 성공하기 위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해도 상관없고 중간에 재미없으면 그만둬도 되지만 보상이 분명한 게임을 계속할 수 있는 마음속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한다면 오랫동안 품고 있던 생각부터 깨야한다. 변화가 필요하지만 속도가 나지 않는다면 내가 가진 오래된 고정관념부터 깨는 것이 효율적이다. 100개의 걸림돌이 있다면 가장 큰 5개만 깨도 속도가 난다. 나의 방법은 고정관념을 깰 단순한 이야기를 짜는 것이다. 꼭 진실일 필요는 없다.

  • 현실 세계는 아주 복잡하지만 규칙은 느슨한 게임이다.
  • 자본주의는 허상이지만 수십억의 인류가 합의한 시스템이다.
  • 자본주의 게임의 점수는 스스로 만든 순자산의 화폐 가치다.
  • 합법적이고 자동화할 수 있는 점수 획득 방법은 무한대이다.

각자 다르겠지만 나의 뇌는 이런 이야기에 잘 속아 넘어간다. 저런 이야기를 스스로 믿게만 만들면 게임 플레이 아이디어는 끊임없이 나온다. 취향에 맞는 이야기를 잘 짜야겠지만 한 번 흐름을 타면 한동안 즐거운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5년, 10년, 100년이 지나고 나를 위해 일하는 기계와 돈을 떠올리면 가까운 시기에 일어날 일을 걱정하는 건 아주 작은 먼지처럼 느껴진다.

이다음은 각자 스타일에 맞게 플레이하면 된다. 자기 취향에 맞는 스토리를 짜고 실제 실행에 옮기기에 적당한 시장에 참여해서 시장 참여자들 또는 나 자신과 경쟁하는 도전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다. 위에 적은 건 프로그래밍 중심의 사이드 프로젝트지만 예를 들어 부동산 투자는 또 다른 형태의 게임이다. 미천한 경험이지만 조언을 하자면 안전하게 죽지 않고 가는 것이 높은 기댓값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전한 상황을 확보하고 도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큰 실패 한 번 보다 작은 실패 여러 번이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되먹임은 반복되는 과정을 헛돌지 않게 해 준다. 어떤 사건에 원인을 제공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세상에 내놓았다면 그 결과가 다시 사이드 프로젝트에 미치는 영향을 잘 살펴야 한다. 내가 상상하고 테스트했던 사이드 프로젝트는 야생이라고 할 수 있는 세상 밖으로 나와서 수많은 변수의 영향을 받을 것이고 내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동작할 수 있다. 그 원인을 파악하고 고치는 것이 1차적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더 강하게 만들고 크게 보면 내가 배우고 나아지는 계기도 된다. 이걸 기록하고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내 방법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