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4일 - 안양

내가 블로그를 신경 안쓰는 것 처럼 보여도 마음 속에선 항상 버려진 블로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생각을 해봤는데 내가 블로그를 안하게 된 이유는 첫째로 트위터탓! 둘째로 작성한 글 관리의 애매함, 셋째로 긴 글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트위터는 내가 블로그에 자주 쓰던 정보 전달 형식의 글을 굉장히 쉽고 간단하게 발행할 수 있게 해줬다. 발행 속도 뿐만 아니라 확산 속도도 블로그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그리고 사실, 정보 수집과 전달은 블로그에 쓰고나면 나중에 부끄럽다. 그런 글은 빨리 써서 발행했기 때문에 내용이 부실하고 문장도 어색하고 정보의 내용도 나중에 다시 볼 이유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색도 잘 안되고 내가 쓴 글을 나중에 다시보기도 힘든 트위터의 휘발성은 그냥 기술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지만 짧은 잡담과 빠른 정보들을 다루기에 마음이 편하다.

글 관리도 항상 마음에 걸리는 부분인데 포털의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하면 블로그가 완전히 내 것이 아닌 기분이 들어서 싫고, 좀 마음에 드는 서비스는 백업하기가 귀찮았다. 결국 웹호스팅 서비스에 워드프레스를 올려서 한참 사용했지만 역시 블로그와 플러그인의 업데이트와 글 백업이 너무 귀찮았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아 블로그를 다시 살리려면 한번 죽여야겠구나!’ 그때부터 조금씩 새 블로그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블로그의 조건은 이랬다.

  1. 어느 환경에서도 한번에 글 작성이 가능해야한다. (티스토리 정기점검 OUT!)
  2. 수동으로 백업을 하지 않아도 로컬에 자동으로 백업이 된다.
  3. 블로그 레이아웃을 완전히 내가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네이버 OUT!)
  4. 언제 어떤 내용을 추가하고 바꿨는지 글에 대한 버전 관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 생각한 것이 google app engine에 직접 만든 블로그 엔진을 올리고 거기에 글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제작에 착수까지 했으나 표준화 된 도구(텍스트 포맷팅, 블로그 구조 생성)가 없고 내가 마음대로 블로그 테마를 만들 수는 있지만 백업이나 글 작성의 자유로움, 버전관리 등은 보통의 블로그 플랫폼과 다를바가 없었다.

app engine 블로그를 포기하고 어떤 방법이 있을까 찾던 중에 버전 관리 == git 이라는 생각이 떠올라 SCM-based blog engines으로 검색해보니 과연 여러 방법이 이미 있었다. (git: 프로그램 소스를 버전별로 엉키지 않게 관리해주는 시스템) 역시 git을 이용한 소셜코딩 사이트 github에서도 git으로 블로깅하는 방법을 제공해주고 있었다. github이 제공하는 블로그 기능은 기대한 것 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1. 내 컴퓨터에서 sungchi.github.com 이라는 디렉토리를 생성해서 github.com에 올리면 10분 후에 sungchi.github.com 이라는 페이지를 생성해준다.
  2. 그때부터 github 저장소에 올리는 html 파일은 그대로 그 페이지에서 보여지게 된다.
  3. github에선 웹사이트 생성기 Jekyll을 제공하여 글과 블로그 스킨과 레이아웃을 분리해준다. (한번 세팅하면 글만 작성하면 됨)

이 방법은 새로운 블로그의 조건을 죄다 만족한다. 로컬 컴퓨터에서 마크업 언어를 이용해 글을 작성하고 Jekyll 서버를 돌려서 올릴 글을 미리 확인 해 볼 수 있고, 소스 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글 작성 한번으로 글의 버전 관리와 백업도 함께 된다. 게다가 이렇게 여러가지 조건을 만족하면서도 글만 작성하면 나머지 태그, 글주소, 블로그 스킨, RSS 생성 등은 다 알아서 처리해준다.

github pages 기능을 사용하면서 github 사람들의 센스에 다시한번 감탄했다. 자신들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그걸 현실화 시켜서 사람들의 삶을 좀 더 낫게 만들어주는 github 팀에게 다시한번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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