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일 - 용인

저녁때 고양이들 밥 주고 아내랑 책상에 나란히 앉아 책을 보거나 코딩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시간이 있다. (게임은 주로 내가 함) 그 시간에 그냥 “쿠팡 할인 제품 보여주는 사이트를 앱으로 볼 수 있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말한 게 시작이었다.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마침 내 맥북을 완전히 지우고 새 OS를 설치한 터라 최신 안드로이드 개발툴을 설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애플에서 최근에 발표한 SwiftUI를 써보겠다고 Xcode를 먼저 설치해놓긴 했지만 빠르게 만들어서 앱 심사 부담 없이 올리기엔 Google Play가 낫다고 생각했다.

앱의 기능은 단순하다. 앱을 열면 쿠팡 전자제품 중에 최근 30일 평균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파는 평점 4점 이상의 제품들을 보여주고 특정 제품 정보를 누르면 쿠팡 앱에서 그 제품을 보여주는 것이다. 막상 코드를 짜려고 하니 2016년에 채팅 앱을 올려보고 몇 년 만에 다시 안드로이드 개발을 해보는 거라 공부할 것들이 꽤 있었다. 앱을 올리고 나서 안드로이드O부터 추가된 어댑티브 아이콘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어 다음날 아침에 부랴부랴 준비해서 올리기도 했다.

데이터는 bumeee.com에서 쓰는 firebase database를 그대로 쓰기로 했다. 그러니까 안드로이드 앱을 켜면 나오는 목록만 구현하고 올리면 되는 것이었다. 보통 퇴근 후,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작업했는데 어떤 날은 많이 작업하고 어떤 날은 코드 딱 한 줄만 쓰기도 했다. 아무리 간단한 앱이라도 하루에 한 줄도 안 쓰면 포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피곤해도 한 줄은 썼다.

아이콘은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라이센스 제한 없는 이미지를 하나 골라서 썼다. 이번 작업에서는 집 밖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 중일 때 구현한 부분을 잘게 쪼개 To Do 앱에 기록한 것이 생산성을 높여줬다. 설계를 생각하는 시간과 구현에 집중하는 시간이 나뉜다는 게 효율적이었다.

앱을 올린 다음 며칠이 지나도 스토어에 올라오지 않았다. 찾아보니 구글도 세부적으로 심사하는 절차를 도입해서 앱을 자주 올리지 않거나 거절을 많이 당한 개발자 위주로 수동 심사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앱은 결국 3일 만에 스토어에 올라왔고 아직 스토어에서 검색되진 않는다. 앞으로 이걸 확장해서 내가 쓸 앱들을 계속 올릴 생각이다.

다 끝내고 나니 앱을 출시하는 것이 3년 전보다 더 쉬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한 아이디어라면 백엔드로 firebase를 쓰고 최신 안드로이드 개발환경에서 구현에만 집중해서 빠르게 앱을 만들 수 있다. 오랜만에 앱을 출시해보면서 번거로운 작업들로 인한 고통이 줄었다는 걸 확인했으니 앞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여가시간에 계속 앱으로 찍어내야겠다. 지금은 개인이 인터넷으로 뭔가 시도해보기 아주 좋은 시절이다.

(2020년 7월 6일 내용추가) 이 글을 적고 한 달 후 (2019년 12월 7일) iOS 앱도 출시했다. 애플 앱스토어는 기본적으로 구글플레이보다 심사가 까다로운데 이 앱은 거기에 다른 커머스 사이트의 제품을 보여주는 기능도 있어서 여러번 리젝 당했다. 로그인 시스템이 없는 것도 리젝 사유 중 하나였다. 앱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로그인 기능을 만들다가 이왕 만드는 김에 계정별 제품 즐겨찾기 기능도 추가해버렸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사용 경험을 주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을 더 많이, 더 편하게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 구현 방법도 생각해놨지만 쿠팡 API의 지원 범위가 넓어지지 않으면 작업은 고되고 결과물은 불안정할 것으로 예상돼서 언제일지 모를 API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중이다.

앱 출시 후에 몇몇 커뮤니티에 앱 소개글을 올렸다. 그 과정이 대부분 비슷하게 흘러갔는데 처음에는 유용한 서비스라며 칭찬하는 댓글이 달리다가 누군가 “저걸로 돈을 번답니다! 이용하지 마세요.”라고 선동하면 비난 위주의 댓글들이 달리거나 운영자에 의해 글이 삭제되었다. (커뮤니티 사이트도 사용자들이 쓰는 글로 돈을 벌고 있으면서 말이다.) 수익이 나온다고 비난하던 분들은 MS 가상서버와 애플 개발자 프로그램에 연 몇십만 원의 비용을 내고 내 시간을 들여서 개발한 결과물로 무료 봉사를 해줘야 마음이 편한 건가? 사용자들에게 추가 비용 부담을 주는 것도 아니고 같은 가격에 구매하고 나에게 수수료가 생기는 거라서 더욱 이해가 안 됐지만 어떤 유명한 웹툰의 최종화에 달린 “이 웹툰은 평생 유료화 안됐으면 좋겠다. 아무 때나 열어서 힐링할 수 있게”라는 댓글이 수만 명의 좋아요를 받은 베플이 되는 걸 보고 어떤 마음인지 이해하게 됐다.

2020년 7월 누적 성과

  • 누적 구매액 31,935,540원
  • 누적 지급액 996,205원

앱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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