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9일 - 왕십리

호빗

호빗: 뜻밖의 여정(2012)를 대통령 선거일에 보기 위해 지난주 금요일에 4호선 오이도행 막차에서 HFR 3D IMAX 표를 거래했다. 34,000원짜리 표를 30,000원에 파는 게 좀 이상했지만, 중고나라 열심회원인 분이라 믿고 샀다.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 몇 분간은 영상을 빨리 돌리는 느낌이 난다. 기존 24프레임 영화에 익숙한 눈이 빨리 돌리는 화면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또 20분 정도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같이 외국 사람들 모아놓고 찍은 TV 드라마 느낌이 난다. 다르게 말하면 싸게 만든 느낌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빌보네 집 안에서 이런 경험을 겪은 뒤 빌보가 집을 떠나는 장면부터는 빠르게 넘기는 느낌도 안 나고 눈으로 훨씬 많은 정보가 들어오는 것이 즐겁게 느껴졌다. 관객들이 HFR에 적응하는 시간에 맞춰서 그렇게 장면 전환을 한 것 같다.

전투 장면이 시작되자 ‘그래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CG 기술이 향상되기도 했지만 배우 연기와 CG 캐릭터가 둘 다 48프레임으로 동작하니 내가 보기에 둘 간의 위화감이 더 줄어들었다.

지루할 거라고 계속 생각하다 봐서 그런지 빌보가 집을 떠나는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계속 재밌게 보았다. 원작이 아니었으면 구분하기 어려운 드워프 동료를 그렇게 많이 넣지 않았을 텐데 원작에 대한 고증을 잘한 덕택에 반지의 제왕과 깨알같이 연결되는 장면이 많아서 즐거웠다.

호빗: 뜻밖의 여정은 말그대로 뜻밖의 즐거움이었지만… 영화를 보고 저녁 8시에 나와보니 뜻밖의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야겠다.


“사루만은 오직 위대한 힘만이 악을 막을 수 있다고 믿지요. 하지만 나는 친절함과 사랑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행동이 악을 물리친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왜 빌보 배긴스냐고? 그건 아마도 내가 두려울 때 그가 나에게 용기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 간달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