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없을 것 같은 해였는데 돌아보니 많은 것이 달라져있었다. 2020년에만 해도 마지막 회사라고 생각하며 다니던 회사에서 떠났고 투자와 삶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나중에 다시 돌아보기 위해 어떤 것이 바뀌었는지 기록해둔다.

일의 변화

4년 전 AI에 관심이 많아졌을 때 운 좋게 네이버로 이직했고 AI 조직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결혼하고 고양이들도 입양해 같이 살다보니 가족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투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일과 공부로 얻은 지식을 투자에 적용해보려고 다양한 시도를 했다. 1년 정도 지나서 성과가 나기 시작했고 2021년에 데이터야 놀자 행사에서 그 내용을 발표했다. (지금 봐도 내용은 좋은데 발표가 부자연스럽다. 차라리 AI가 읽어주는게 더 자연스러울 듯)

그렇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무르익은 2021년에 다시 또 운 좋게 핀테크 스타트업 회사 업라이즈로 이직을 했다. 네이버의 업무환경은 정말 안락했지만 관심사를 따라가는 게 맞다는 반려인의 말이 이직을 결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투자의 변화

투자는 이제 내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도 투자와 관련되어있고 개인적으로도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다. 2020년에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면 2021년에는 자동화한 투자 시스템에 리스크 관리, 자산 배분 같은 개념을 적용시켰다. 이것 또한 반려인과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더 늦지 않게 시스템에 반영할 수 있었다.

투자의 성과를 개별 종목의 수익률이 아닌 전체 순자산의 변화를 중심으로 보게 된 것도 올해 달라진 점이다. 물론 어떤 투자 종목의 수익률이 높다면 기분 좋은 건 당연하다. 하지만 한 종목의 수익률로 내 투자 성과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나와 반려인은 매달 각 투자 자산별 현재 가치의 총 합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 가치를 기록한다. 순자산의 변화로 보는 것이 단순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우리 가족의 순자산은 어느정도 늘었다. 안 좋은 해도 반드시 있을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괜찮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미래 어느 시점에 지금 벌어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삶의 변화

올해 가장 크게 바뀐 마음가짐은 두 가지다.

  1. 그럴 수 있다.
  2. 그래도 된다.

나와 반려인은 한 팀이고 혼자일 때와는 여러 가지 삶의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 가족을 우선으로 생각하게 되면서 내 죄책감을 자극하는 일들이 생겼고 그때마다 어떤 결정을 해야 했다. 반려인과 계속 대화하면서 생각을 정리해보니 저 두 가지 기준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대부분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인생에서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그냥 그럴 수 있다 생각하니 마음도 편해지고 대응하기도 쉬워졌다.

비슷한 맥락으로 우리의 결정 중에 죄책감을 일으키는 것들(아이를 낳지 않는 등의 가부장제 상식에 반하는 결정)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우리의 합의된 결정이라면 그래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죄책감 공격은 지금도 끊이지 않지만 마음가짐을 바꾸니 전보다 한결 나아졌다.

우리의 몸 건강도 더 신경 쓰게 되었다. 건강검진도 자주 하고 둘이 같이 할 수 있는 운동 수업도 나가고 있다. 고양이들도 더 꼼꼼하게 검진받고 있다. 2021년의 이런 변화들은 모두 행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2022년엔 이런 행운을 잘 관리해서 어떤 외부의 변수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