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5일 - 홍대 상상마당

지난달 윤성호의 두근두근 시트콤교실 강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쯤 망설이다 신청했고 오늘이 첫 수업이었다. 첫 시간이라 조편성 등을 위해 자기소개를 했는데 내 소개 내용은 대충 이렇다. “IT 회사에서 지난달까지 일하다가 퇴사하고 쉬면서 이 수업을 듣기로 했습니다. 평소에 미국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시트콤을 보고 있는데 과연 내가 만드는 시트콤도 재밌을지 궁금해서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영상과 관련된 경력으로는 10년 전에 제가 편집한 영상이 디씨 힛겔에 올라간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윤성호 감독님이 “시트콤 매니아신것 같은데 혹시 트위터에서 sungchi 같은 아이디 쓰시는 건 아니죠?”, “저 맞는데요.”, “아 항상 고마웠어요.” 하셨다. 날 알아보신다는 점이 신기하고 고맙고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그랬다. 후후헤헤. 강의 내용은 기대한 것보다 훨씬 좋았다. 내가 좀 모호하게 생각하던 시트콤 개념을 여러 방향에서 짚어주시고(첫 시간인데도) 말도 굉장히 술술 재밌게 잘하셨다.

퇴사하고 일주일 동안 조금씩 무기력해짐을 느끼고 있었는데 오늘 완전히 살아있다고 느꼈다. (원래 살아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좀 웃김) 근데 제가 이 수업 듣고 지옥의 영화판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소리하면 아무나 일단 말려주세요. 스타트업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고된 길일 것 같아!

2012년 6월 28일 - 평촌역

딱히 못난 구석이 없는 영화임에도 너무 빨리 리부트 되었다는 점이 이 영화의 어쩔 수 없는 약점인 것 같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해도 전편들을 본 사람이라면 스파이더맨 1편을 다시 만든 것 같은 줄거리 때문에 자꾸 생각날 수 밖에 없다. 제작진도 의식이 되었는지 벤 삼촌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대사도 쓰지 못했다. 이야기 전개는 이전 스파이더맨1보다 자연스러웠다. 원작에 충실하게 거미줄을 피터가 만든 장치에서 나가는 것으로 설정한 것도 좋았다. 손목에서 나가는 건 항상 징그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엠마 스톤은 매우 예뻤고 그웬 스테이시가 사랑받고 자란 캐릭터라서 그런지 피터 파커에게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21세기 스파이더맨 영화를 내가 좋아하는 순서대로 나열하면 2 > 1 = 어메이징 »» 3 이다. 백수가 되고 평일 낮에 영화본건 처음인데 관객의 대부분이 동네 아주머니들이었다. 이상하게 내가 앉은 열에 아무도 없어서 자유로운 자세로 꾸이맨을 와득와득 씹어먹으며 관람할 수 있었다.

2012년 6월 6일 - 강남역

Prometheus

로스트의 데이먼 린델로프가 각본가로 합류하면서 프로메테우스는 좋고 싫음이 크게 갈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되었다. 로스트처럼 떡밥을 마구 날리지만, 흥미를 유지하는 목적으로 주로 쓰이고 버려지기 때문이다. 로스트처럼 프로메테우스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줄거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 때문에 완전히 몰입해서 봤다. 몇몇 장면은 다시 보고 싶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촬영이나 음향효과 역시 최상급이다. 확장판이 나온다면 훨씬 재밌어질 듯한 그런 영화였다.

2012년 5월 20일 - 안양

Diablo 3 monk

주말에 디아블로3의 최고 레벨인 60레벨을 찍고 지옥 난이도 엔딩을 보았다. 아직 불지옥 난이도가 남았지만(보통-악몽-지옥-불지옥 순) 불지옥은 일부러 어렵게 만들어놓은 콘텐츠라서 천천히 즐기려고 생각 중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몬스터를 사냥하는 재미는 따라갈 수 있는 게임이 없다는 점이다. 깊이 있지만 쉬운 조작과 끊김 없는 플레이, 쉽게 질리지 않도록 랜덤으로 생성되는 자연스러운 지형과 다양한 몬스터 패턴은 블리자드가 게임을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들 수 있는 시간과 자원,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하면서 수십 명이 공격대를 만들어 던전에 도전하는 것도 재밌었지만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 일어나는 문제들 때문에 계속 디아블로식의 즉석 게임(요즘은 WOW에서도 되지만) 방식을 기다려왔다. 그런 면에서 디아블로3는 흠잡을 데가 없다. 혼자서도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지만, 친구와 즉석에서 파티를 맺고 게임을 할 수도 있고 게임에서 얻는 아이템은 경매장 시스템으로 간편하게 사고팔 수 있다.

문제도 없는 건 아니다. 디아블로3는 온라인 친구 시스템, 경매장을 지원하고 불법복제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자체 온라인 서비스인 배틀넷에 로그인을 해야 게임을 할 수 있게 해놓았는데 발매 직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몰리다 보니 돈을 내고도 줄거리조차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바로 서버를 증설해서 해결하기도 모호한 것이 기본적으로 디아블로3는 온라인 게임이 아니라 패키지 게임이기 때문에 점점 사용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단계적으로 서버를 증설한다고 발표했지만, 게임을 사놓고 마음대로 즐길 수 없다는 점은 명백히 블리자드의 잘못이다.

마지막으로 디아블로2를 재밌게 한 기억이 있어서 하고싶지만 시간을 뺏길까 봐 못한다는 분들은 그냥 샀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겠지만, 시간 안 뺏기는 일만 하다가 죽기 직전에 이런 거 다 몰아서 할 생각인지….

2012년 4월 25일 - 강남역

The Avengers

이렇게 잘 나올 줄 누가 알았을까? 대기획을 완벽하게 마무리됐다. 그 완성은 헐크가 했고

전편부터 나오는 핵심 아이템인 큐브나 도시가 공격받는 모습이 트랜스포머를 떠올리게 하지만 결국엔 어벤져스가 얼마나 잘 만들었고 트랜스포머 3가 얼마나 쓰레기였는지를 깨닫게 해줄 뿐이다. 기본적으로 액션, 유머, 줄거리 비율이 적당하고 캐릭터들의 매력까지 잘 살렸다. (무척 어려웠을 텐데) 난 이 정도면 더는 바랄 게 없다.

어벤져스는 재능과 돈은 이렇게 쓰는 것이라는 걸 보여줬다.

  • 시트콤 빅뱅이론 시즌 중에 개봉했다면 무조건 어벤져스 이야기 나왔을 텐데 이번 주가 시즌 5 마지막회라서 아쉽게도 언급이 없을 듯

  • 유투브에서 유명했던 Reality Hits You Hard Bro 아저씨가 카메오로 나온 것 같은데 다시한번 보면서 확인해야겠다.

  • 쿠키 영상에서 나온 캐릭터 정보: 링크(스포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