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8일 - 평촌역

딱히 못난 구석이 없는 영화임에도 너무 빨리 리부트 되었다는 점이 이 영화의 어쩔 수 없는 약점인 것 같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해도 전편들을 본 사람이라면 스파이더맨 1편을 다시 만든 것 같은 줄거리 때문에 자꾸 생각날 수 밖에 없다. 제작진도 의식이 되었는지 벤 삼촌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대사도 쓰지 못했다. 이야기 전개는 이전 스파이더맨1보다 자연스러웠다. 원작에 충실하게 거미줄을 피터가 만든 장치에서 나가는 것으로 설정한 것도 좋았다. 손목에서 나가는 건 항상 징그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엠마 스톤은 매우 예뻤고 그웬 스테이시가 사랑받고 자란 캐릭터라서 그런지 피터 파커에게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21세기 스파이더맨 영화를 내가 좋아하는 순서대로 나열하면 2 > 1 = 어메이징 »» 3 이다. 백수가 되고 평일 낮에 영화본건 처음인데 관객의 대부분이 동네 아주머니들이었다. 이상하게 내가 앉은 열에 아무도 없어서 자유로운 자세로 꾸이맨을 와득와득 씹어먹으며 관람할 수 있었다.

2012년 6월 6일 - 강남역

Prometheus

로스트의 데이먼 린델로프가 각본가로 합류하면서 프로메테우스는 좋고 싫음이 크게 갈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되었다. 로스트처럼 떡밥을 마구 날리지만, 흥미를 유지하는 목적으로 주로 쓰이고 버려지기 때문이다. 로스트처럼 프로메테우스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줄거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 때문에 완전히 몰입해서 봤다. 몇몇 장면은 다시 보고 싶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촬영이나 음향효과 역시 최상급이다. 확장판이 나온다면 훨씬 재밌어질 듯한 그런 영화였다.

2012년 5월 20일 - 안양

Diablo 3 monk

주말에 디아블로3의 최고 레벨인 60레벨을 찍고 지옥 난이도 엔딩을 보았다. 아직 불지옥 난이도가 남았지만(보통-악몽-지옥-불지옥 순) 불지옥은 일부러 어렵게 만들어놓은 콘텐츠라서 천천히 즐기려고 생각 중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몬스터를 사냥하는 재미는 따라갈 수 있는 게임이 없다는 점이다. 깊이 있지만 쉬운 조작과 끊김 없는 플레이, 쉽게 질리지 않도록 랜덤으로 생성되는 자연스러운 지형과 다양한 몬스터 패턴은 블리자드가 게임을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들 수 있는 시간과 자원,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하면서 수십 명이 공격대를 만들어 던전에 도전하는 것도 재밌었지만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 일어나는 문제들 때문에 계속 디아블로식의 즉석 게임(요즘은 WOW에서도 되지만) 방식을 기다려왔다. 그런 면에서 디아블로3는 흠잡을 데가 없다. 혼자서도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지만, 친구와 즉석에서 파티를 맺고 게임을 할 수도 있고 게임에서 얻는 아이템은 경매장 시스템으로 간편하게 사고팔 수 있다.

문제도 없는 건 아니다. 디아블로3는 온라인 친구 시스템, 경매장을 지원하고 불법복제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자체 온라인 서비스인 배틀넷에 로그인을 해야 게임을 할 수 있게 해놓았는데 발매 직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몰리다 보니 돈을 내고도 줄거리조차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바로 서버를 증설해서 해결하기도 모호한 것이 기본적으로 디아블로3는 온라인 게임이 아니라 패키지 게임이기 때문에 점점 사용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단계적으로 서버를 증설한다고 발표했지만, 게임을 사놓고 마음대로 즐길 수 없다는 점은 명백히 블리자드의 잘못이다.

마지막으로 디아블로2를 재밌게 한 기억이 있어서 하고싶지만 시간을 뺏길까 봐 못한다는 분들은 그냥 샀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겠지만, 시간 안 뺏기는 일만 하다가 죽기 직전에 이런 거 다 몰아서 할 생각인지….

2012년 4월 25일 - 강남역

The Avengers

이렇게 잘 나올 줄 누가 알았을까? 대기획을 완벽하게 마무리됐다. 그 완성은 헐크가 했고

전편부터 나오는 핵심 아이템인 큐브나 도시가 공격받는 모습이 트랜스포머를 떠올리게 하지만 결국엔 어벤져스가 얼마나 잘 만들었고 트랜스포머 3가 얼마나 쓰레기였는지를 깨닫게 해줄 뿐이다. 기본적으로 액션, 유머, 줄거리 비율이 적당하고 캐릭터들의 매력까지 잘 살렸다. (무척 어려웠을 텐데) 난 이 정도면 더는 바랄 게 없다.

어벤져스는 재능과 돈은 이렇게 쓰는 것이라는 걸 보여줬다.

  • 시트콤 빅뱅이론 시즌 중에 개봉했다면 무조건 어벤져스 이야기 나왔을 텐데 이번 주가 시즌 5 마지막회라서 아쉽게도 언급이 없을 듯

  • 유투브에서 유명했던 Reality Hits You Hard Bro 아저씨가 카메오로 나온 것 같은데 다시한번 보면서 확인해야겠다.

  • 쿠키 영상에서 나온 캐릭터 정보: 링크(스포일러)

2012년 4월 22일 - 안양

Diablo 3 beta

디아블로 3 베타(북미 서버)를 가지고 주말동안 가지고 놀았다. 플레이 구간이 너무 짧아서 아직 이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긴 이른 것 같지만 5월 15일 정식발매 되면 얘기 할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아 시간날때 해두기로 했다.

짧긴 해도 디아블로 3가 2010년대 게임 디자인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점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디아블로 3에 관심이 없다는 사람(실제 최근에도 몇명 만났다)에겐 꼭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음향 효과, 비주얼, 레벨 디자인이 하루이틀 고민한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게임을 즐기는 것만으로 좋은 영향을 많이 줄 것이라고 믿는다. 해봤지만 혁신적인 변화가 없어서 실망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 말은 마치 영화 아바타의 3D 효과가 밋밋해서 별 감흥이 없었다는 말과 비슷하게 들린다. 사용자 경험이 너무 자연스러우면 그 느낌을 실망감으로 착각 할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런점에서 사용자 상대로 만드는 소프트웨어 관련자들도 다 해봐야한다. 역시 게임을 즐기는 것 만으로 무의식중에 좋은 사용자 경험을 배울 수 있다. 튜토리얼과 결합된 레벨 디자인, 절묘한 시점에 열리는 스킬과 룬 조합등은 사용자에게 즐거운 방법으로 게임 시스템을 학습 시키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의 재미면에서는 클래스별로 타격감과 끊김없는 플레이에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디아블로 2 레벨 13(디아블로 3 베타 레벨) 때는 원하지 않는 스킬들을 찍어놓고 어느 클래스나 기본 무기 공격으로 지루하게 몬스터를 잡던 것에 비해 3편은 다양한 스킬을 구간에 따라 바꿔가며 사용하게된다. 이것이 사용자 스스로 터득하는 재미있는 게임 플레이의 방향이라는 점이 디아블로 3의 혁신이다.

아이템 중심인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비슷한 경매장 시스템과 난이도별 수많은 아이템 세트들은 생각만해도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예전보다 편하게 즐기되 다양해진 아이템/난이도 구성으로 게임의 수명은 길어진 것이다.

그래도 아직 공개된 부분이 작기 때문에 과연 2000년대 초반에 강하게 어필했던 게임 스타일이 지금도 먹힐 것인가 하는 걱정이 조금 있지만 게임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6년 이상 만든 작품이니 취향을 타더라도 좋은 작품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결국 내 취향에만 맞으면 되지 뭐!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