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4일 - 안양

개발

8월 23일 시작했으니 3달 정도 걸렸다. 몇 해 전부터 아이폰 앱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만 하다가 여름에 아이폰 개발자 등록(11만 원)을 했고 등록비도 아까운데다 사람들에게 공표해놓은 것도 있어서 만들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전에 적어놓은 첫 아이디어 이름은 “비밀 저장소”였다. 내 비밀을 올리고 금방 폭파되는 그런 게시판이었다. 그땐 메시지를 익명으로 올리면 5분, 10분 후에 사라지는 걸로 생각을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무도 읽지 않았는데 시간이 다 돼서 사라진다면 딱히 특별할 게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바꾼 것이 조회수가 10, 100, 1000이 되면 글이 사라지는 게시판이었다. 결국엔 10번 읽으면 사라지는 걸로 결정을 했는데 이용할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고 선택을 하는 단계가 추가되는 게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폰 개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개발자 등록을 했다. 아이폰 5s와 iOS 7이 나오기 직전이라 빨리 등록해서 iOS 7 전용 앱으로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역시 계획대로는 되지 않았다. 중간에 메시지 오가는 부분에선 지루해서 한동안 코딩하는 재미가 없었고 브레이킹 배드 마지막 시즌도 겹쳐서 그거 보느라 정말 하기 싫을 때가 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말해놓은 것도 있고 아무리 바빠도 하루 한 줄 이상 코드를 짜자는 결심을 했기 때문에 결국 완성할 수 있었다.

기능

굉장히 간단한 앱이고 대부분 내장 UI와 아이콘을 쓰기 때문에 앱 용량도 600kb 정도밖에 안된다. 애초에 복잡한 부분은 따로 설명해도 잘 안 읽을 것 같아서 앱스토어 설명에서 빼놓은 것들이 있다. 리스너는 4개의 탭으로 되어있다.

  1. home: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볼 수 있고 설정에서 Worldwide(모든 글)나 특정 언어군(글쓴이의 아이폰 언어 설정으로 판단)의 글만 골라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글쓰기와 다른 사람 글에 댓글을 쓸 수 있다. (500자)

  2. Comment: 내 글에 달린 댓글을 볼 수 있다. 읽지 않은 댓글 숫자를 배지로 표시해준다.

  3. Sent: 내가 쓴 글 목록. 리스너에서는 iOS 7에서 권장하는 기기 식별 아이디를 저장하는데 앱을 삭제하고 새로 설치하면 그 아이디가 바뀐다. 따로 아이디를 만들어 저장시킬까 하다가 단순하게 가는 게 낫겠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왼쪽으로 글 제목을 슥 밀면 삭제 버튼이 뜬다.

  4. Setting: 간단한 부분인데 브레이킹 배드도 봐야 하고 마무리 슬럼프에도 빠져서 제일 오래 걸렸다. Setting.Bundle을 이용해서 타임라인에 출력될 언어를 설정할 수 있다. 아이폰에 설정되어있는 언어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히브리어로 아이폰 설정해놓고 한국어로 쓰면 히브리어 쪽에 저장된다.

보람

크게 마케팅 할 생각도 없고 그럴 돈이나 시간도 없어서 아침에 페이스북과 트위터만 올렸는데 오후에 보니 소셜네트워킹 카테고리 유료앱 2위가 되어있었다. 내가 존경하는 tweetbot 다음이라 감격했다. 한국 스토어에 유료앱이 별로 없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영광스런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제일 반가웠던 반응은 앱스토어 스크린샷에 있는 daft punk 노래 가사를 알아본 사람의 댓글이었다. ㅋㅋ

앱을 유료로 한 이유는 별거 없다. 일단 개발자 등록비가 11만원이나 하고 앱 자체가 인터넷 기반이기 때문에 서버(구글 클라우드) 비용이 나갈 수도 있어서다. 두 번째 이유는 어느 정도 진입 장벽이 있어야 장난 글이 넘치는 걸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재미를 위해 만든 것이 유료앱으로 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였다.

격려 말씀해주신 분들, 앱을 받아주신 분들 덕분에 오랜만에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중에 이메일 주소 댓글로 적어주시는 선착순 다섯 분께 리딤코드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