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9 Blog 엔 타로, 테사다

3Jul/103

수아레즈의 반칙

난 축구를 자주 보지 않고 월드컵, 국대경기, 유럽리그 빅매치 정도만 보는 늅늅인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우루과이의 수아레즈가 손으로 골을 막은 것에 대해 비난을 하는 것이 이상해 보인다. 내가 자주 가는 영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특히 심한데 그분들의 논리는 스포츠맨십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불공정하게 우루과이가 승리를 가져갔다는 것이다.

저 반칙을 범죄에 비유하고, 정치에 비유하면서 없어져야 할 악행으로 몰고 간다. 그러나 저 반칙은 반칙으로 끝난 게 아니라 선수의 퇴장과 패널티킥이라는 심판의 판정이 있었다. 연장전에서 골이 들어가면 탈락이 거의 확정되는 상황에 나온 위험한 반칙이었다. 경기 중반에 나왔다면 분명히 팀과 조국에 역적이 될만한 반칙이었다. 주전 공격수면서 퇴장을 당해 다음 경기까지 팀의 전력에 악영향을 주고 패널티킥까지 내주는 반칙이었기 때문이다. 칭찬할 수는 없지만 비난할 일도 아니고 자신의 팀이 탈락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영리한 플레이였을 뿐이다.

많이들 축구를 현실에 비유한다고 축구가 곧 현실이 아니다. 현실에서 저지르는 불법과 축구에서의 반칙은 전혀 다른 성질이다. 상대의 흐름을 끊으려는 반칙들은 분명히 축구의 일부가 아닌가. 어떤 시각에서 보면 저 반칙은 좀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심판이 봤고 그에 맞는 판정을 내렸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 논의가 필요한 건 이번 대회의 오심들이다.

반칙을 부정하면 축구라는 게임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반칙이 없는 축구 경기를 원한다면 공을 가지고 하는 다른 게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수비수가 없는 골 넣는 공놀이 정도...?

  • Carol

    손과 팔만 제외한 모든 신체를 이용하는 축구라는 스포츠에서 손으로 골을 넣는다던가, 손으로 골을 막는다던가 하는 플레이는 스포츠맨십을 위반하는 것 맞습니다.

    퇴장과 PK라는 조치를 받았다고 해서 반칙한 사실이 무효화 혹은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구요. PK가 100% 득점을 보장하지도 않기에 현 결과를 놓고 여러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고 봅니다.

    물론 영리한 플레이라기보다는 본능적인 플레이었겠고 그렇기에 범죄나 정치에 비유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비판하지 말아야 할 플레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주성치

    결과론적인 입장에서 보면 비판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퇴장+페널티킥이 선언된 순간 가나선수들이 관중들에게 보란듯이 환호했던 걸 생각해보면 그런 비판은 본질을 생각하지 않고 결과만으로 평가하는 셈입니다.

    손으로 골을 넣고 오심으로 그게 인정된 것과는 차원이 다르죠.

  • KG

    저는 주성치님 생각과 동일합니다. 이건 스포츠, 특히 국제대항 스포츠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려버리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수아레즈의 플레이는 대단히 모험적이었고 영리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루과이전에서 기성용이 페널티지역안에서 몸을 던져 방어하면서 팔이 움직인 것처럼, 승리에 대한 집념이 강한 축구선수가 경기를 가를수 있는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축구가 스포츠맨십이 지켜져야하고 아름다운 경기이고 국제 대회에서는 특히 더 페어플레이 매너가 지켜져야 한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유독 우리 나라 사람들이 더 심한것은 우루과이전 패배에 대한 기억 + 우리나라 국민들이 연예인에게 기대하는 공인기준 이런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결국 스포츠맨십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는데 이건 정말 우리나라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주변 사람들과 토론해봐야 되는 문제라고 저는 특히 더 주장하고 싶습니다. 스포츠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행위에서 그것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와 태도가 어떤것이 바람직한지 어떤것이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생각해볼법한 문제인것같아요.

    축구는 양반자제들이 오 자네 왔는가 우리 공이나 차보세 하고 한손에 붓들고 한손에 술잔들고 이리하니 손도 안쓰고 이 좋은 경기를 실시간으로 글로 남기니 좋지 아니한가 하하하 하며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축구전설 에릭 칸토나가 아름다운 축구를 외치지만 그 본인이 관중에게 리우캉 페이탈리티 날라차기 기술을 시전하는것을 보면 진정한 축구의 아름다움은 극강의 격돌에서 나오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뜻하는 것이겠지요.

    뻘 리플 오랜만에 써봤습니다.

    플래시사이드웨이에서는 한국이 우루과이에게 승리하자 우루과이언론에서 기성용이 페널티지역에서 공을 방어할때 손에 맞았다고 항의하고 있을런지 궁금해지네요…던햄요원이 돌아오면 물어봐야겠습니다.